「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 리뷰

키네마 준보라는 일본 영화 잡지가 있다. 매년 2월이 되면 전해 발표한 외국영화와 일본영화 베스트 10을 각각 뽑는다. 괜찮은 일본 영화를 보고 싶으면 이 일본영화 베스트 10 목록을 참고하면 50%확률로 성공 한다. BEST 1로 선정한 작품은 항상 좋았다.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는 어떤 영화인가?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 리뷰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라는 너무나도 일본 스러운 혹은 애니메이션스러운 또 다르게 말해서 오덕스러운 제목의 영화가 BEST2위로 뽑혔다. 왠지 모르게 신뢰가 가지 않는 포스터와 제목. 하지만 이건 정말 우수한 작품이다. 2013년 2월 키네마 준보 일본영화 BEST 2위, 제 36회 일본 아카데미상 (우수작품상), 제 36회 일본 아카데미상 (우수 감독상), 제 36회 일본 아카데미상 (화제상(작품부문))등으로 일본 내에서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영화를 볼때 가끔 강펀치를 맞을때가 있다. 아무런 기대감도 없이 봤다가 라스트씬이 끝나고의 펀치를 한대 맞은 기분. 그 기분을 간만에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가 좋은 이유

구스 반 산트의 「엘리펀트」 라는 영화가 있다. 콜럼바인 총기사건을 다뤘다. 이 하나의 사건, 같은 시간을 여러명의 시간으로 반복해서 보여주고 영화는 끝이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라는 르뽀가 있다. 도쿄 지하철에서 발생한 사린 가스 사건을 다뤘다. 이 하나의 사건, 같은 시간을 여러명의 인터뷰로 반복해서 말해진다. 1편에서는 가스를 마셨던 피해자들을 인터뷰했고, 2편에서는 사린 사건을 살포했던 가해자, 옴 진리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했다. 말하는 방식의 차이다. 작가는 전지적 시점으로 사건을 구성 할 수 있다.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엘리펀트와 언더그라운드 모두 딱히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끝이 난다. 입체적으로 사건을 봐라 보게 하는 방식. 모든 사건이란 복잡한 것이고 한마디로 말해질 수 없는 것이오. 작가가 단선적인 방식으로 사건을 써내려갔다면 전해질 수 없던 것들이 보인다.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학교내에는 여러 개의 그룹이 있다. 전국대회를 목표로 하는 수준이 있는 배구부, 어떤 동아리에도 참여 하지 않은 채 이성문제에만 골몰하고 있는 비동아리파(양아치파라고 부르고 싶다)그리고,, 루저들의 집단 영화부가 있다. 그리고 정말 못생긴 야구부 주장이 있다.

키리시마는 배구부 에이스에 아주 이쁜 여자친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얼굴까지 잘생긴 것 같다. (여기에서 같다 라는 표현을 쓰는 건, 키리시마의 모습은 영화가 끝날때까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돌연 키리시마가 학교내의 그 누구와도 상의를 하지 않은 채, 배구부를 그만 둔다는 말을 배구부 감독에게 남기고 사라진다. 배구부가 술렁인다. 키리시마의 여자친구 리사와 친한 친구인 히로키가 있는 비양아치파가 술렁인다. 하지만 영화부나 그 이외의 사람에겐 전혀 상관이 없다. 같은 시간에 같은 사건을 겪는 학생들, 그걸 영화는 막을 바꾸고 시점을 옮기면서 서서히 이야기를 진행 시켜간다.

영화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그 누구의 인생도 소중하며 진지하게 살아야 한다고. 그 상징이 학교내에서 비웃음을 당하는 영화부원과 드래프트가 안되었지만 될때까지 해보겠다는 야구부 주장이다. 이들을 지지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너무나 진부하고 당연한 이야기가 흔한 영화의 방식으로 흘러갔다면, 흔한 메시지가 크게 다가오진 않았을 것이다. 뛰어난 연출력과 리듬감이 돋보인다.

각자의 삶은 소중한 거니까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 리뷰

모두의 삶은 소중하다. 열심히 하는 사람을 비웃거나 조롱하는 태도가 만연하다. 아무리 글을 열심히 써도 알베르 까뮈가 될 수는 없다. 사진을 열심히 찍어도 앙리 까르티에 브레송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해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기대지 말고 자신의 세계에서 진지하고 필사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우리는 키리시마와 같은 빅네임이 될 순 없지만, 내 세계에서 진지하게 살아야한다. 열심히 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남을 조롱하고 비웃는 풍토에서 저항해야 하지 않을까. 영화부원들처럼 좀비 영화를 찍든 뭐라도 해보자. 이건 키리시마의 인생이 아닌 내 인생이니까. 이래서 일본 영화를 포기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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