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에 갔다 온 오키나와 여행기를 쓴다.
블로그든 뭐든 글을 너무 안썼다. 어느새부터 뭔가 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써서 뭐해라는 생각이 들어 손이 멈췄는데.
그냥 여행 스케치 형식으로 글을 쓰는걸 난 좋아한다는걸 느끼고. 그냥 막 써보려고 한다. 며칠전 조금 읽다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인 “먼 북소리” 의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나를 위한 순전히 나의 재미를 위한 포스팅.
오키나와 나하 공항
오키나와 공항에서 대학 시절 친구들과 합류 했다. 나는 김해공항에서 출발을 했고, 2명은 인천에서, 나머지 한 명은 도쿄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
내가 제일 먼저 도착을 했다. 20살때 처음 일본을 온 뒤로 셀 수 없을 만큼 일본을 왔기 때문에 특별히 설레거나 그런 감정은 없었다. 오키나와도 5년 전에 동생과 함께 왔기 때문에 이번이 두번째 방문 이었다. 편의점에서 오키나와 전통 차인 산삥차를 사서 마셨다. Jasmine green tea. 자스민과 녹차의 조합으로 오키나와에서 일상적으로 마시는 차다. 한 입 먹어보면 녹차보다 자스민 향이 입안에 확 번져왔다. 하지만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아 몇 모금 마시지 않았다.
일행이 하나 둘 도착했고, 완전체가 된 우리는 미리 예약 해둔 렌터카를 찾으러 공항에서 렌터카 회사의 작은 버스를 탔다. 렌터카 회사에서 절차를 끝내고 차를 빌려, 오키나와의 랜드 마크인 슈리성으로 향했다.
슈리성 가는 길
우리는 나하 시에 숙소를 두고 렌터카로 오키나와의 이곳 저곳을 여행하기로 했다. 나하 시는 인구 30여만명의 도시로 오키나와의 관문 도시이자, 현청 소재지다. 국제 공항이 있고, 오키나와 주변의 섬으로 가는 여객선의 터미널도 있는 곳이다. 외국 관광객이라면 대부분 이곳 나하 시를 거쳐 갈 수 밖에 없다.
나하시는 옛 류큐 왕국의 수도였다. 류큐 왕국은 1609년 까지는 독자적인 문명사회였지만 일본 본토의 사쯔마 번의 침입으로 속국이 되었고 이후 류큐 처분으로 1879년에 일본제국의 오키나와 현으로 편입되었다. 그리고 1945년 일본의 패전과 함께 미국 땅이 되었고, 1972년 미국은 일본에게 오키나와를 반환하여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오키나와는 류큐, 일본, 미국 이라는 세가지에서 많은 걸 설명할 수 있다.
류큐 왕국 시절 궁전이었던 슈리 성으로 먼저 갔다.
여행 첫날의 거리에서는 내가 살던 곳과는 다른 풍경들을 접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게 된다. 콘크리트 회색빛의 경찰서.
버려진 건물일까. 외벽에는 그라비티로 채색이 되어 있다.
슈리성
길을 잘못들어 몇 번 뻉뺑이를 돈 끝에, 슈리성에 도착했다.
슈리성은 류큐 왕국의 왕궁이자 구스쿠이다. 슈리는 나하와는 별개의 지역으로 류큐 왕국의 수도였다. 오키나와의 역사 유적 중 가장 규모가 크고 화려해서 관광객, 수학여행온 학생들이 많고 오키나와 여행을 간다면 꼭 가게 되는 곳이다.
구스쿠는 류큐 제도에 세워진 성 또는 요새들을 말한다. 2000년에 ‘류큐 왕국의 구스쿠 유적지와 관련 유산’ 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지정되었다.
오키나와는 석회암이 풍부했고, 많은 구스쿠들이 석회암 성벽으로 건설되었다.
왕궁의 정전이 2019년 10월 31일에 전소되었다. 1945년 전쟁으로 인한 복원이 2019년 3월경에 결실을 보게 됐는데 1년도 못되어 전소가 되었다.
2018년에 방문 했을때는 정전이 있었는데, 지금은 열심히(?) 복구중인 모습만 볼 수 있었다. 그 당시 사진을 봐도 여전히 마무리 공사 중이었던 것 같다.

슈리성에서 내려다 보는 나하시의 풍경이다. 앞의 건물은 슈리성에서 바라본 오키나와 현립 예술 대학의 모습이다. 저런 멋진 건물에서 수업을 들으면 어떤 기분일까.
날씨가 너무 덥고 습했다. 자판기에서 뽑아먹은 오키나와 한정 환타 시쿠사와 맛. 시다.
슈리성 화재후 남은 잔해들.
복원 공사 중이었다.
구치 히게 라는데. 입 주위에 붙은 수염 이라는 뜻이겠지
본격적인 복원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지붕을 만들고 있었다. 방문 시에는 인부들은 하나도 없었다. 주말이었나?
정전 복구 현장의 사진들. 정전 건물과 함께 류큐 왕국의 유물들도 화재로 인해 많이 소실 되었다.
쟈키 스테키 하우스 (JACK’S STEAK HOUSE)
저녁은 숙소 주위에 있는 쟈키 스테키 하우스에서 먹기로 했다. 이곳에선 미국의 향기가 느껴진다.
오키나와 하면 장수 마을의 이미지가 있는데, 실상은 다르다.
2012년 후생성이 공표한 ‘국민건강 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20~69살)의 BMI가 가장 높은 지역은 오키나와다. 일본 평균인 30.4%를 크게 웃도는 45.2%다. 원인으로는 자동차 문화와 바로 이 스테이크 그리고 햄버그 때문이다. 미국 점령기의 식문화가 남아서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것인데… 우리는 그 위력(?) 을 탐험 해보러 유명 스테이크 가게로 향했다.
가게에 걸려있던 메뉴판의 모습. 가게는 고풍스러운 경양식 집의 느낌이었다. 오래된 식당의 느낌. 그래서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시킨 녀석(?) 들이 나왔다. 장정 넷이 쓱쓱 다 먹어치웠다. 고기맛 잘 모른다. 하지만 맥주 맛은 안다. 오리온 생맥을 시켯는데. 죽여줬다.
스테이크만 시키면 그럴것 같아서 비프 스튜를 시켰다. 대성공이었다.
딱 장조림 느낌의 고기.
해는 졌고, 유명한 스테이크집이다 보니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줄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에 또 나하에 방문한다면 재방문 해보리라.
국제거리
국제 거리로 가는길에 찍은 나하시청 건물. 여행 하면 낯선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오키나와에는 일본 본토에서 잘 볼수 없는 스타일의 건물이 있었는데 이 시청청사도 그 중의 하나였다. 저런 곳에서 근무하면 뭔가 더 사명감을 가지고 근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국제 거리 입구에 있는 소금 소프트 크림.
그냥 쫀득 한 아이스였다.
국제 거리는 서울의 명동이나 부산의 남포동 같은 곳이었다. 관광객들과 각종 상점들로 즐비한 활기찬 곳. 의외로 거리가 길어서 피로감이 쌓였고
아무 술집에나 들어가서 오키나와 명물 고야 참프루에 술 한잔 걸치고 1일차를 마무리했다.